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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불암산을 품다 2012-10-31 12:10 가을 한복판에서
한림원 식구들(재학생 그리고 동문선배님들)이 불암산을 품은 날
전 날 내린 비는 산 전체를 훑어내리며 말갛게 세수한 듯 뽀송뽀송 빛이났다
산 위에 길게 드리운 하늘은 한 점 티도 없이 우리들을 반가이 맞아주었고
노오란 혹은 붉은 나뭇잎들은 연신 손사래를 치며 어서오라고 재촉을 한다
당고개역에서 열시에 출발을 했다
산악대장님(김상일 선생님)이 앞장을 서고, 산악부대장님(한정희 선생님)은
후미에서 보조를 맞추며 산길에 올라서니
세상이 주는 가장 화려한 빛깔들의 향연이 우리들의 눈을 빛이나게 만들어주고
산 공기 들이마시는 순간 순간마다 깊은 안식이 마음 깊숙히 스며든다
흙길은 흙길대로, 또 바위길은 바위길대로 몸을 맡기고 걷는 내내
앞서고 뒤따르는 식구들 입가엔 산소같은 웃음이 폴폴 샘솟고
땀방울 사이사이 뒤쳐신 식구들 걱정에 걸음이 멈춰진다
이런 좋은 데를 함께하지 못한 학정계제 식구들이 마음골 한 자락을 거문고 줄 타듯 울림이 온다
세월은 그대들을 기다려주지 않을 터
험난한 바위를 줄을 타고 올라가려니 걸음이 뚝 멈추어진다
먼저 오른 박태하 선생님의 손이끌림 덕분에 가뿐히 한 고개를 넘는다
대장님의 발걸음은 얼마나 빠르고 날쌘지 산행을 이끌어가는 솜끼에 찬사가 저절로 나온다
끝에서 걸음을 맞춰주는 부대장님의 배려하고 혹 넘어질까 걱정하는 마음에 또 마음이 뜨거워진다
잠깐 잠깐의 쉼 덕분에 우리들은 정상 바로 아래 '다람쥐 광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따라 온
홍어삼합 잔치를 조촐하게 펼쳤다
이제 정상으로 오른다
바위 주변을 계단천국으로 만들어 놓아 한 계단 한 계단 산바람이 옆에서 호위를 해주어
발걸음이 나는 듯 정상 앞으로 모두 모였다
아래 세상이 우리들을 올려다 본다
불암산을 품은 우리들은 따스하고 인자한 눈빛으로 세상을 내려다 본다
하산 길에서
숱한 인연들 스치며 무사히 안전하게 지상에 발을 내딛었다
한 분의 낙오도 없고 약간의 무거운 몸상태가 오히려 산행을 온 몸으로 마친 여운으로 남아있어
점심 먹는 춘천골 식당으로 들어오니 막걸리 한 잔에 몸이 녹아내린다
스물 한 분, 모두 모여 힘차게 건배를 한다
하산의 즐거움이 테이블 마다 넘실거린다
그날
가을, 불암산을 품은 님들
고맙습니다
임옥균 교수님, 이성호 교수님, 함현찬 교수님
동문회장님, 동문부회장님, 동문선배님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