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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봄산행 후기 ** 2013-03-26 14:23 겨울이 긴 하품을 뱉어놓은 산자락엔 얼음물이 간간이 스며있고
풋생명을 토해낸 산나무들마다 봄햇살을 머금고 줄줄이 기지개를 켜는 사이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나 좀 보아주세요~'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데
눈물 한방울이 가슴 밑으로 뚝 떨어진다.
3월, <한림원 등반회>에서는 '양평 청계산'을 올랐다.
중앙선 국수역에 내려서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낮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봄이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등반객들 발걸음에 따라붙은 봄기운이 저절로 발걸음에
기운을 실어주어 포실포실한 흙을 밟는 내내 봄이 땅 위로 퐁퐁 솟아오름을 느끼며 산에 오른다.
따사로운 햇살을 나무들 사이사이 숨겨놓고 우리들이 지날때마다 한줌씩 나누어주는 맛에
산길을 오르는 내내 발걸음이 싱그럽고 가볍다.
도란도란 주고받는 이야기꽃이 땅위로 떨어져 다음 등산객들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이미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흘려주고 간 숨은 이야기들이 또 우리들 가슴에 오롯이 남아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저마다의 가슴에 아로새기며 하늘과 맞닿은 곳으로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긴다.
각자의 베낭에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김밥이며 막걸리 그리고 역 앞에서 준비한 옥수수빵 등이
산꼭대기 볕이 고개돌린 자리에 풀어져 가뿐 숨을 적셔주고, 긴 이야기들이 주저리주저리 영글어가면
어느 새 숨은 바람은 어디서 불어왔는지 모르게 옆자리에 주저앉아 우리들 곁에서 봄이야기 들려주느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데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더없이 맑은 하늘과 포근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기가막힌 날씨 덕분에 가벼운 땀방울마저
자연과 더불어 일체가 된 상큼한 산행이 막을 내리고, 국수역 앞 식당으로 발길을 돌려
산행 뒷풀이를 했다. 두부전골의 매콤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입가에 웃음을 자아내게하고
산행 식구들의 재잘거림 또한 식욕을 자극하는 데 한 몫을 한다.
이성호교수님과 동문선배님들, 그리고 재학생들 모두 하루를 청계산에 묻어놓고 온 즐거운 산행이었다.
이 아름다운 추억이 다음 등산모임을 더 기대하게 만드리라 생각하며...
- 한림반장 이영란 올림 -